세월에 밀려나는 커피 잔
장지원
커피 한잔에 녹여 놓은 삶
희석된 세월은 맛조차 상해
얕은 입맛은 깔깔하다 못해 깊은 사색 뒤, 끝이 뒤숭숭하다
달리는 세월을 갈아탈 수 없어 공간을 더 넓게 키운다
뜨겁던 체온이 자꾸, 자꾸 떨어진다
-
화사한 연분홍 꽃잎도
기품 있는 나비의 날개도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그 진한 분 냄새도
체액의 절은 땀 냄새도 세월에 밀리어 후각을 잃은 지 오래 되었다
우리 젊은 시절
바쁜 시간을 쪼개
급하게 마시던 쓴 커피 몇 잔도 짧았던 시간
우리에겐 그런 공간도 터질 것 같이 뜨거웠었다
-
이제라도 흘러간 세월을 끌어당겨
후미진 공간을 느리게 오고 가면서라도
그 빠듯했던 삶을 커피 잔에 녹여 낼 수 있다면
우리 서로 좋지 않을까 싶어
야위어 시린 어깨에 도톰한 망토를 걸치고 떨어지는 체온을 다잡아 보고 싶다
2016.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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