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전쟁
老波
굶주린
독거미 한 마리
하얀 줄 쳐 놓고
나 지나가기 밤새 기다린다.
아침 산책길에서
명주 같은 포승줄이 몸을 감는다.
인간의 본능이
거미줄에 걸려 파닥인다.
미처 떼지 못 해
나이테처럼 겹겹이 입혀지다
이름 없는 미라가 된다.
섞은 고깃덩어리가 싫어
영혼은 도망치듯 달아난다.
그 때 넌 주린 배 채우자고
밤새 세워 온 이빨 히죽거리며
검은 독을 뿜을 때
너의 아침상에 나는 제물이 되는데
태양은 여상히 떠오른다.
내 삶속
하루하루 치러야 하는
소리 없는 전쟁은 끝날 줄 모르고
돌아설 수 없는 협곡에서
그가 쳐 놓은 줄에 걸려 포로가 된다.
201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