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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감기

노파 2011. 6. 27. 08:23

감기

老波

 

 

산책길에서

상쾌하던 바람이 코끝에서 아리다

어림없이 재채기에

산새 놀라 달아난 뒤

오감(五感)엔 비상이 걸린다.

 

전장(戰場)을 빌러준

패잔병의 풀린 신발 끈조차 무겁다.

시력조차도 희미해 지끈지끈 아픈 이마

몸살 몸서리치는 모공의 거친 숨소리

반나절도 버티지 못해 고주박처럼 쓰러진다.

 

편지를 쓸 수 도 없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도 없다

책을 읽을 수 도 없고

머리 둘 곳 없어 홀로 하늘을 오가다

 

폐허더미에 피어오르는 시푸른 연기처럼

질펀한 휴지더미에 묻혀

산들다* 겨울나기

아까운 하루해 빠진다.

 

* 산들다: 바라던 소망이 틀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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