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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남들이 안가는 길

노파 2011. 6. 21. 07:39

남들이 안가는 길

장지원

 

 

아침마다 걷는 산책길에서의 자신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어쩌면 홀로 걷기에 외롭고 고독한 걸음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길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을 계획하다 보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새벽부터 전선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보이는 길은 항상 행복이란 고지를 놓고 한 치의 양보를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이 길에서 보이지 않는 내면의 길을 함께 걷고 있기에 수많은 생각을 같이하게 된다. 이들 생각 중, 나는 이 두 길을 균형 있게 걸을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으로 가는 새로운 길이 되길 기대한다.

 

수많은 유혹이 나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아침 6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산책을 준비한다. 항상 복병은 있게 마련이다. 3일간 손아래 동서의 초상을 치르고 온 터라, 몇 날 사이 생활의 리듬이 깨어진 게 현실이다. 오늘 아침 따라 내 머리는 앞뒤 좌우 활촉이 박혀 천근과 같이 늘어지는 사지를 일으킬 수가 없다. 몸도 영혼도 동서를 따라 먼 길을 떠난 것일까. 자아를 찾으려면 빨리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싶다. 나는 이 복병을 만났으니 얼마나 피곤한 싸움을 벌여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한발 물러서면 내일은 세 걸음을 걸어 앞으로 나가도 본전이다. 경제 전쟁에서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이 행태의 유혹은 피곤한 심신을 더 병들게 하는 악마와 같은 것이다.

 

오늘도 실망하게 하지 않는 산책길이 있어 행복하다.

골목길을 돌아 양골 뒷산을 오를 때는 언제나 아침은 하루의 문을 활짝 열고 나를 맞는다. 이때부터 자연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새 소리는 금방 내 영혼을 맑게 씻어 자연의 일원으로 동화시킨다. 연한 바람을 타고 함께 걸을 때면 길섶에선 맑은 이슬과 공기가 지친 영혼의 심연을 가득 채워 준다. 말은 안 해도 스치는 풀잎에 눈길을 주며 동질적 사랑을 교감하며 확인한다. 네가 있어 아침은 늘 푸르다.

 

남들이 안가는 길에도 행복은 있다.

누군가 잘 닦아놓은 길은 편한 맛과 즐거움이 있다. 자칫 이 길에 숨어 있는 복병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가.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마녀와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잠시 생각에도 머리는 벌써 저려온다. 힘들어도 새로운 길을 만들고 헤쳐 나가보자. 많은 시간과 수고가 동반하지 않으면 이 길을 걸을 수 없다. 이 길에서 수많은 사람이 행복이라는 그것보다 고통과 시련을 밥 먹듯 했다고 한다. 정치가들이 가는 길이 그 길인지 모른다. 자신도 자아도 잊은 채 사회를 적나라하게 필설에 올리는 글쟁이의 길이 그 길인지 누가 아는가. 진정 행복의 수치를 누가 얼마나 매길 수 있을까 싶다.

 

힘들어도 한 번 더 믿고 가보자.

갈멜산에서 아합과 엘리야 사이에 가뭄을 놓고, 비를 내리는 한판의 대결이 있게 된다. 아합의 기우제가 결과 없이 싱겁게 끝이 난다. 엘리야의 기도가 끝날 때마다 생도가 동쪽 하늘을 여섯 번이나 확인하다 지치다시피 하고 있다. 엘리야는 한 번 더 기도한 후 가보라고 한다. 엘리야와 생도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자청해서 죽음의 길을 가고 있었다. 힘들수록 고될수록 그 길의 동반자는 자연을 주무르시는 절대자 창조주에 대한 믿음이었다. 생도의 입에서 외침이 들린다.

“구름이 보입니다.”

잠시 후 비는 억수같이 퍼부었다. 엘리야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행복을 대신한다. 자신이 가는 길엔 믿음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엔 이 믿음이 시간만 낭비하는 그것 같이 자신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수천 길 낭떠러지에 세워놓고 밀어뜨릴 수도 있다. 이때 자신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음이 믿음이다.

 

새로운 길엔 착오는 있을 수 있다.

낙담과 후회는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에 목숨을 걸고,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의 실수로 받아 주고 크게 실망하지 말자.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불완전하게 태어났다. 그래서 더 큰 노력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진행 중인 과정을 놓고 속단해 좌절하거나 쉽게 후회하지 말자. 마무리 작은 모래알도 거친 바다 밑에서 흔들리지 않고 잘 지낸다.

 

예수는 겨자씨 믿음을 말씀하셨다.

“네게 겨자씨만 한 작은 믿음이 있으면, 이 산을 들어 바다에 던질 수 있다.”

나는 오늘 산책길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란 화두를 가슴으로 받아 본다. 이 길은 나 홀로 가야만 하는 외로운 길인지도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내 고통과 시련이 끝나기도 전, 아니면 주어진 날이 끝날 때쯤 그토록 염원하던 행복이 홀연히 옷깃을 파고들 것만 같다.

 

201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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