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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산사(山寺)의 가을

노파 2011. 5. 9. 05:18

산사(山寺)의 가을

老波 張志源

 

 

설악이 눈에 밟혀

백담사를 오르니

시간의 숨소리라

화답하는 화신이여

내 마음 붉게 그을려 오도 가도 못 하는데,  

 

벼랑에 걸린 노을

뜨겁게 포옹하자

노승이 짓궂게도 범종을 후려친다.

산새들 맨발로 달아나고,

뒹구는 갈잎깃털

  

 해탈한 풍경(風磬)이

문고리를 열어주면

설악의 진풍경도 좌정한 스님 모습

달빛은 창가에 걸터앉아 독경소리 듣자 한다.

 

-등단작-

 

등 목

老波 張志源

 

 

 

내 사랑 지켜온 뜨거운 여름

모시적삼 꺼내놓고

임 기다린다.

 

노을 속에 속살을 들러내듯

땀에 비벼진 허름한 하루

베여진 이마에 일기를 쓰고

긴 그림자

어깨에 늘어질 때

검게 태워 하루를 영글게 한다.

 

하루의 역함은 등목에 쫓겨 가고

손끝에 밀려오는

세월의 두루마리

하나 둘 별을 뿌려 눈을 뜨게 한다.

 

 

어둑히 마음에도

이슬이 맺히고

은하수 풀어 폭포수 쏘다내니

엄살 피우는 향기 담장 안에 진하다

 

여전히 손은

사랑을 훔쳐 내고

달뜨자, 바가지 안에 임 얼굴 드리우니

가슴에 행복이 부풀어 오른다.

 

-등단작-2005.7.8

 

 

老波

 

 

양지 녘 몸 푸는 소리에

겨울이 비켜서면

갯버들강아지의 

해묵은 숨비소리

입춘 녹아 흐르는 물속엔

배시시한 얼굴.

 

솔기로 부는 바람이

허울 저만치 벗어놓자

뚫어진 문구멍에

알몸이 드러난다

창살은 지는 해 붙잡고서

놀다 가라 하는데 

 

우수가 봄을 그려

속달로 부쳐준다

몇 밤을 달려 왔는지

때 묻은 봄 내음이

수줍은 기색도 없이

활짝 웃고 나온다.

-등단작-200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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