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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어버이 은혜

노파 2011. 5. 8. 13:50

어버이 은혜

老波

 

 

 연지 찍고 안방으로 들어오시던 어머니

그 날은 왜 그렇게도 방이 뜨겁던지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다.

그 밤이 지나자 나는

어머니가 마련하여준 작은 호수에서

마음 것 놀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행복했다.

 

 

장에 가실 때 어머니는 세상 구경이라도 하라고

배를 내어 미시며 자랑스럽게 활보 하셨지

다래기 밭 매시다, 나를 뚫어지게 보시면서

“아가야 너도 힘들지” 하시면서도 미소를 보내셨다.

 

 

추석날 아침 내가 좋아하는 밤 송편을 어떻게 아시고

두 개를 더 잡수시면서

“이것은 네 몫이다”라고 하셨다.

어머니 덕분에 처음 먹어보는 송편이다.

부엌에서 매캐한 연기에 기침을 하실 때

연기를 토하여 내치는 바람에 나는 무사할 수 있어서

늘 어머니에게 감사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시는 어머니는 나의 자라를 확인하고서야

대문을 열고 물동이를 이고 우물로 나가시며

나와 같이 아침 운동을 늘 하시는데

오늘 따라 힘이 많이 드신 모양이다.

동지 팥죽을 쑤시면서 내가 많이 컸으니 많이 먹어야 한다며

한 그릇을 더 드셨다.

내가 팥죽을 잘 먹는지 어떻게 아셨는지 신기하고 고맙기도 했다.

 

 

섣달 삭 바람에도 어머니는 잘 지내는가. 했는데

정월초하루 떡국도 끓이지 못하시고 안방에 자리를 하시고

오늘 따라 고모님들이 부엌과 방을 오가며 아침 준비에 바쁘시다.

내가 철이 났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어머니가 불쌍하게 보였다.

아침상을 물리는 모양이다.

모두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세배를 하는 모양이다.

내 체중이 무거워 어머니는 힘들게 할아버지 할머니께 절을 올린다.

할머니가 덕담을 하시는 게 아닌가.

“그놈 언제 나올는지 니 배만 봐도 예사롭지 않구나. 순산 하그래이”

어떻게 내가 사내아이인지 어떻게 알고 그놈이라고 하시는지

내 귀에 신기하게 들렸다.

나도 세배라는 것을 흉내 내보았다.

어머니는 “엇 이놈이 발길질을 하네” 하시며 좋아 하셨다.

 

 

설을 쉬고 몇 날이 지난 후 나는 너무나 갑갑함을 느끼며

목이 졸려오는 것 같아서 몸부림을 쳤다

그것이 어머니에게는 화근이 되었고

갑자기 어머니는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지르며 이마엔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너무나 고통스러워하시는데

그럴수록 나도 힘이 들고 하여 소리를 지르며 살려 달라고 했지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순간 어머니가 혼절을 한 모양이다.

비몽사몽간에 나는 탈출구를 찾고 머리를 내미자

누군가가 나를 덕석 안고 “사내아이구나” 하며 좋아하는데

내 눈에는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누워만 계시는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나는 불상하신 어머니 생각에 소리치며 울었는데

내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놈 울음한번 크구먼.”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방안엔 웃음이 가득했다.

 

 

정신을 차린 듯 어머니는 이마에 땀도 닦을 새도 없이 내게로 왔다

어머니와 세상에서의 첫 대면이다.

 

사랑의 언어를 몰라 어머니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낳아주고 길러주느라 손발이 다 달아

이젠 껍데기만 거미줄에 걸려 있는 어미 거미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볼품없는 내 어머니가 좋다.

세상에 둘도 없는 어머니시다

 

나의 지나온 세월이 어떠했을 찌라도 그분은 변함이 없으시다

지금 나는 어머니 품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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