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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실학 축전 2006을 마치며

노파 2011. 5. 8. 13:38

 

실학 축전 2006을 마치며

장지원

 

 

실학 축전 2006을 알리는 애드벌룬이 두 물 머리를 지키든 두 마리 용이 금방이라도 비상하듯 축전을 알린다.

올해가 추사 서거 150주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하는 축하의 마당이 실학의 고장 남양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적지에서 열리었다.

실학의 거장 추사와 다산이 만나는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루는 의미를 부여하기에 이번 축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남다른 열정이 돋보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행운의 신은 나에게 축하의 마당에 바라지 마당쇠의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짧은 5일 시민들을 위한 봉사와 실학의 진면모를 체험할 수 있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단번에 잡았다고 생각하면 축전이 끝난 지금도 가슴이 뛴다.

바라지의 사소한 손길에도 고마움과 감사를 표현하는 시민들의 아름다운 마음에 신명 나는 축제의 한마당에서 뛰면서 간간이 몰려오는 피곤도 잊을 수 있어,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룬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다.

 

축전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려 퍼지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실학 정신을 오늘에 구현하고 생활 속에서 확산하고자 동아시아 실학의 메카로 경기도를 자리매김하고자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실학의 창의성을 키워 경제 발전에 기여 하자’고 주문하면서 추사 선생의 학예일치 정신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축제의 한 마당을 만들어 달라고 축하의 메시지를 날리자 예마당에서는 그룹 나야, 나의 식전 축하의 무대가 참석한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무대와 객석 가릴 것 없이 뜨거움이 한강의 저녁노을 달구어 빈 내 가슴 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파고드는 게 아닌가.

 

이튿날 나의 시선을 끌기에 넉넉했던 것은 노란 유니폼을 받쳐 입은 유치원 어린이들이다.

한마당에 병아리처럼 모여 앉아 조잘거리며 실학을 체험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먼 장래를 보는 듯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그들이 지금은 난해한 체험을 한다고 생각할 줄 모르지만, 실학이란 끝없는 창조적 생각과 질문을 통하여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오늘 이곳에서 작게나마 깨닫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솔하는 병아리 반 선생님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실학 프리마켓은 수준 높은 아이디어 상품을 실학 이야기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 만족해하는 시민들의 호기심마저 놓칠 수 없어 하는 카메라 기자를 보면서 축제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바라지의 바쁜 틈을 내어 실학 도서 전시 판매 방에 들렀다.

실학의 대가이시고 생전 500여 권의 책을 집필하신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가집을 손에 들었다.

첫 장을 넘기자 ‘그리운 금강산’이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다.

이 시는 1775년 다산의 나이 14세에 금강산을 둘러보고 돌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금강산은 기이함이 뛰어났으니

붉은 벼랑에 푸른 봉우리 겹겹이 있네.

새기고 깎은 결이 섬세해서

조물주의 솜씨 숨김없이 드러냈구려.

선경의 경치도 바닷가 빈 땅에 모여

그윽한 모습 유달리 아름답다네.

숨어 사는 선비도 살 수 없는 애석함이여

깨끗하고 산뜻하게 속세에서 벗어났네요.

 

다산이 실학의 대가가 될 수 있었음을 이 시 한 소절을 보더라도 알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청취력과 상상력은 사물을 꽤 뜰 어 정확히 그려내는 학자의 떡잎을 보는 듯했다.

아름다운 금강산은 저절로 공짜로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지 이치를 진리로 선포하시고 만물을 손으로 빗었다는 조물주가 있기에, 현실을 비굴하게 살지 말고 깨끗한 마음으로 산뜻하게 살아보자는 자각 초 달의 정신을 자연 순리에 일치시키려는 학예일치(學藝一致)의 노력을 시구를 통해 읽을 수 있어 다산 학문의 깊이를 일찍부터 가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다행스럽게도 다산의 시가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나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시가 책을 손에 들고 만면의 미소를 보내는 나는 분명 시인임에 감출 수 없어 나만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가 내 인생의 전부인지도 모르니 수많은 책 중에 하필이면 시가 책을 사겠는가.

 

항상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채수정 국악인이 끝마무리하는데 구성진 아리랑과 강강술래를 합창이라도 할 때면 저절로 신명이나 온 공연장 마당은 누가 시키라고 서가 아닌 자발적인 춤판이 벌어진다.

나는 이 춤판을 보면서 우리 민족 삶의 청취를 한 장의 화선지에 옮겨 놓은 듯 그 율동과 멋이 어느 민족 어느 문화에도 뒤지지 않고 앞서있다는 생각에 흥분된 마음이 춤판에 불을 지피고 만다.

마지막 날 시민들은 소원의 기도를 소지에 써서 떠오르는 달을 향해 불을 지피고 강강술래를 돌며 얼싸안고 기뻐하며 눈물까지 흘리는 시민은 어째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잠시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

우리 삶의 애환과 그 순박함이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신선한 에너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추사와 다산 두 실학의 거장이 염원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첫걸음이 소지를 사르고 소원의 기도를 올리는 시민들의 걸음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기도를 하는 내 마음에도 밝게 뜬 저 달빛이 비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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