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수필

푸른 길을 걷는 아침

노파 2011. 5. 9. 05:41

푸른 길을 걷는 아침

장지원

 

 

상큼한 새벽 공기를 가른다.

약간의 안개가 가까운 시야에 들어온다. 산책길에 고요함은 내가 걷기에 아주 편안함을 주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언제나 이 길을 걸으며 사색을 즐긴다. 소중한 휴식을 얻기도 한다. 편안한 길을 걷는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기도일지도 모른다. 삶이 고단할 때 산책길에서 늘 안위를 염원한다. 절대자에게 평안을 기원하고 있는 게 맞다.

 

이 길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잡목이 칡과 함께 황폐된 산언저리를 장비를 동원해 나무를 자르며 길을 낸다. 한쪽에선 잣나무 유목을 옮기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틀 사이 산은 발갛게 옷을 벗었다. 신랑을 맞아 초야를 치를 준비를 하는 말끔한 새 신부의 모습으로 당차게 서 있는 네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다음날, 이 길을 걸을 때 기대했던 대로 잣나무가 심어진 산을 본다.

자연도 위대하지만, 인간도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결의 또한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유목을 심었지만 내가 이 길을 오륙 년만 더 걸을 수 있다면, 푸른 숲에서는 싱그러운 송진 냄새와 토실한 잣을 토하여 낼 것이다. 내일은 분명 희망과 꿈을 실현해 줄 것 같다. 하루하루 달라질 이 길에서 더 젊고 강하게 변모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

 

나무를 심을 때 장비가 산책길을 파헤쳤다.

사람들은 잣나무 사이로 이전 길을 찾아 걷는다. 이는 관성의 법칙이다. 외부로부터 힘이 가해지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래의 성질을 말한다. 물리학자 뉴턴은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법칙을 실행하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오늘 아침 이 길을 고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산책길에서 최단 거리의 설계를 머리에서 하며 걷는다. 돌아오는 시간 길이 끊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어 섰다. 십여 미터의 새로운 길을 눈대중으로 확인한다. 끊어진 길을 새로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잡목으로 어우러진 장애물들을 치우고 잣나무 사이 길을 막았다. 새로운 산책로의 지름길이 연결되었다. 나는 몇 번이고 왕복하며 인기척의 자취를 남긴다. 모든 사람이 잣나무밭으로 들어가지 않고 새로운 길로 편리하게 다니기를 기대하며 현장을 떠난다.

 

이곳을 50미터쯤 벗어났을 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돌아서서 그분의 가는 길을 주목한다. 새 길에 대한 당연한 기대다.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두고, 더 깊숙이 잣나무밭 안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관성의 법칙이 이렇게도 무섭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 번 더 믿어보자. 마음에 다짐하고 걸음을 재촉하여 하산한다.

 

새로운 길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는지도 모른다.

주변의 정황이 변화를 요구하는 곳에서는 인간의 관성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작은 관심이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고 희망이 될 수 있다. 푸르게 자랄 잣나무를 본다. 우리에게 좋은 환경과 신선한 공기를 제공할 그에게 미래의 꿈을 실어주고 싶다. 나는 이 길을 매일 걷는다. 그들의 성장을 보면서 더 젊게 살고 싶다.

 

* 2011년5월8일 남양주시 양골 산책로에서 생긴 일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退溪李滉」의 生涯 와 죽음  (0) 2011.05.10
설악산 등산 일기  (0) 2011.05.09
실학 축전 2006을 마치며  (0) 2011.05.08
諸行無常  (0) 2011.05.08
화서華西 이항로 의 유훈遺訓  (0) 2011.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