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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삿갓 쓰고 가는 길

노파 2011. 6. 2. 12:23

삿갓 쓰고 가는 길

老波

 

 

한 방울의

이슬을

붓 끝에 찍어

한 자를 쓰라하면

심(心) 자를 쓰고

 

시인은

삿갓을 쓰고

한 방울의 이슬을 또 찾아

외로운 길을 나선다.

 

도시의 빌딩 숲을 지나는

삿갓 아래

매캐한 냄새만이 바람에 날릴 뿐

동공을 적시지 못 하는 가슴에

안질이 돋는다.

 

산사(山寺) 낙수받이에 안구 받쳐놓고

떨어지는 한 방울에

붓심을 굴려

한 자를 더 쓴다면

세(洗)자를 쓰리

 

시인의 필체가

중생의 마음을 씻을 수 있다면

내 가는 길을 어찌 마다 하리

 

20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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