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로부터 100일
장지원
그날로부터 100일
수술받고 퇴원하니 92일
시련의 시간은 길어 삶을 비틀어 놓았다.
다행히도 수술받고 사람이 되었는데,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직 멀다.
방사선에 노출된 뇌는 집중을 하면 할수록 커지는 공간
마취제와 진통제에 몸은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시간을 기다려, 기다린다.
글쟁이가 자기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게 조급할 뿐 몸이 허락하지 않는다.
한 편의 시를 짓는 일은 어제의 이야기
그나마 살아 있어 감사해야 할 뿐
이 시간을 위해 성경 이야기를 테마로 엮어 가는 일로 새로운 의미에 맛 들이는 길
진리의 빛들이 중력을 잃은 내 육신을 통해 비칠 때
기다려, 기다림이란 시간의 선상에서 또 다른 값을 지급하고 있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글쟁이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내 마음이 흔들린다.
몸과 생각이 창작의 시간을 받아주지 못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보니
더 많은 시간과의 싸움이 전장 터로 내몰린다.
미디안의 광야에서 모세를 찾아오신 여호와 하나님
오늘도 무엔가 여호와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려, 기다리며 100일을 넘어선다.
<노트> 3월 1일(제22대 총선을 위한 40일 기도 시작일, 그날 새벽의 일)부터 4월 10일(총선)을 찍고 5월 24일(수술) 그리고 6월 8일, 그날로부터 100일.
202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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