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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기러기 아빠

노파 2011. 5. 23. 15:55

기러기 아빠

老波

 

 

응달진 길목에 웅크려 자명종소리 엎어놓고, 얕은 꿈을 꾸다

떠나야할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세상에 발목 잡혀 텃새 되어, 둥지를 고쳐짓는다.

 

기러기 한 마리, 저무는 하늘을 방황하다

어두운 별빛에 그을려 아린가슴

차가운 조각 되 유빙처럼 떠내려간다.

 

멈출 수 없이 흘러가는 강줄기

시뻘건 동맥이 말라붙어, 모래 바람에 흔들리는 시간

좌표 잃은 깃털은 듬성듬성 빠져 나가 추위를 느낀다.

 

힘겨운 싸움에 지쳐 늘어진 사지

혼미한 정신 가다듬을수록 맷돌처럼 가라앉는 마음

퉁퉁 불어 터진 라면 한 그릇 놓고,

넘치는 소주잔에 빠진 밤을, 가리지 못하는 외로운 기러기 아빠

 

20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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