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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갈꽃/시 장지원

노파 2024. 1. 31. 04:40

 

갈꽃

장지원

 

 

흔치 않은 주검 앞에

삭풍의 곡소리가 있는 날

갈기갈기 찢어지는 갈대의 죽음

마지막 가는 길에 짚신 한 켤레 올려줄, 이 없어

한 없이 흔들리는 영혼

밤이면 겨울의 찬 서리 맞아야 하고

궂은날이면 오금 빠진 눈 속에서 삼 동을 나야 하는데

철없는 악동들의 불놀이에 타다 만 몸뚱어리

현실은 가혹해 죽음마저 쓸쓸히 흔들리는 갈대

혼돈의 시간은 지나가고

부활의 아침이 오면

긴 잠 깨우는 바람의 소리

순정마저 여전히 흔들리는 삶

죽어야 비로소 활짝 피는 꽃

갈대의 죽음은 흔들리는 갈꽃 피우기 위함이어라

 

2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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