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꽃
장지원
흔치 않은 주검 앞에
삭풍의 곡소리가 있는 날
갈기갈기 찢어지는 갈대의 죽음
마지막 가는 길에 짚신 한 켤레 올려줄, 이 없어
한 없이 흔들리는 영혼
밤이면 겨울의 찬 서리 맞아야 하고
궂은날이면 오금 빠진 눈 속에서 삼 동을 나야 하는데
철없는 악동들의 불놀이에 타다 만 몸뚱어리
현실은 가혹해 죽음마저 쓸쓸히 흔들리는 갈대
혼돈의 시간은 지나가고
부활의 아침이 오면
긴 잠 깨우는 바람의 소리
순정마저 여전히 흔들리는 삶
죽어야 비로소 활짝 피는 꽃
갈대의 죽음은 흔들리는 갈꽃 피우기 위함이어라
2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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