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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잿빛 하늘/시 장지원

노파 2023. 11. 13. 04:40

 

잿빛 하늘

장지원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다

밧딧불이가 사라져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전설의 땅

쇠똥구리가 자취를 감춰 삭막한 들녘

올가을엔 귀뚜라미 소리를 들은 것 같지 않아

가을은 오고 있는데, 첨병은 대체 어디 갔단 말인가?

 

자연이 미쳤다

계절의 경계가 어정쩡하다

동식물의 고유할 지경도 허물어진다

지구가 미쳐간다

사람들은 저 한 몸 살기에 바빠 은근슬쩍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헝클어진 실패로 날과 씨를 섞어 짜니 삐그덕거리는 삶

 

세월은 생각 없이 가는 것 같아도

캔버스에 하나둘 찍어가는 점들

어느 순간 금세기에 슬픈 작품이 되어

늦가을 빈 들판에 내동댕이쳐 지는 날

계절의 경계에서 첨병의 절실한 소리가 그친 이유를 알게 될 터

잿빛 하늘에 부는 바람이 내 영혼도 쓸어가겠지!

 

202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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