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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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태풍/시 장지원

노파 2023. 9. 15. 04:40

 

태풍

장지원

 

 

바다에서 살다

등 떠밀려 일어나는 놈

세월의 시곗바늘은 우측으로 도는데

넌 세상을 거꾸로 사는 게 취미냐

넌 좌측으로 돌면서 무슨 힘이 그리세나

왼손잡이 치고 고집 없는 놈 없다더니

 

땅엔 왜 기어 올라오는데

둘 중의 하나겠지

누가, 가서 작살내라 하던가?

아니면 이 땅에 미운 녀석 있던지

피할 수도, 맞서 싸울 수도 없으니

이런 경우 어디 있나, 하늘도 무심 타

 

네 앞에는 아까운 것, 귀한 것도 없으니

서슬 퍼렇게 설치더니 금세 꼬리 내리고 눈물만 흘리다니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어디 한 번 변명이라도 들어보세

드넓은 바다 풍랑으로 살 것이지

태풍은 무슨 놈의 태풍이라고

누구의 사주인지는 몰라도, 네 팔자 한번 사납구나!

 

2023.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