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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내 이 길에서/시 장지원

노파 2023. 8. 15. 04:40

 

내 이 길에서

장지원

 

 

잡초의 눈시울에 차가운 이슬이 되기까지

여울물 소리 없이 흘러가고

세월은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달아나고

신은 말 없이 지나치시기에

 

날은 태양 아래 헐떡이고

달빛 속에 뒤척이던 밤

위로인지 야유인지 무심한 별빛

어쩔 수 없었던 시절이라 하겠지만……

척박한 광야에도 구름이 있었기에 먼 길 걸어왔다

 

그 시간이 사십 년, 모세의 나이 일백이십 세

내 나이가 그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지나온 시간이 험하고 외로웠다. 말할 수 있어

내 기력이 쇠하지 않음은 신의 은혜

 

삶이, 문신처럼 새겨지고 낙인처럼 혹독했던 시간

그 사람들 서둘러 다 치워놓고

신은 ‘이만하면 되었으니 네 길 가자’ 하시더라

내 이 길에서 위로받을 수 있겠지

 

202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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