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저주하지 마라
장지원
터진 입이라고
‘왜 나를 낳아, 요 모양 요 꼴로 살게 하냐고’ 말한다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현실을 두고 한 사람의 삶을 논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
사람의 본질이 귀하고 천한 게 있을까
사람의 삶을 사물에 비유해 풀어가면 얻을 게 있을까?
인간의 형질이 조성되던 그날
어미의 자궁에서 양수를 터치고 나오던 그날
이 두 날만큼은 원망도, 저주도 하지 마라
사람은 누구나 어쩌다 태어난 게 아니다
‘너의 형질을 조성하신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선 듯 믿음이 안 가더라도 믿는 게 좋다
사람이 태어날 때 귀, 천을 낙인찍듯 하지 않는다
낳은 아비 어미라도 현실의 아픔이 왜 없었겠나
하나님은 네, 그릇을 두고……
어떤 것을 담아내는 지점에서는 사람의 귀, 천을 가린다
202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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