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피던 고개
老波
하얀 꽃 무리지어 필 때면
대지는 몸에 맞는 옷을 찾아 부산히 길을 재촉 하고
나는 밭고랑에 앉아 꿈을 심어 갈무리하다
꽃잎 흐드러진 길을 따라
파란 허기를 달래기 위해 까슬까슬한 보리 모가지를 잘라 가족들의 목에 붙인다.
아직도 몇 날을 더 가야 하기에
밤도 하얗게 지새던 고개
그 땐
배고파 잠까지 설치며 걷던, 그 길
언젠가 부터 밝은 가로등 아래 너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잊혀가는 찔레꽃이 여라
2012.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