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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미궁(迷宮)

노파 2012. 6. 1. 07:25

미궁(迷宮)

老波

 

 

얽힌 타래, 뇌관에 연결된 도화선에 불을 댕기다

먼 길을 돌아 헝클어진 수초 더미를 끓어 안고, 초연(超然)한 삶이 미궁(迷宮)에 빠진다.

그분 앞에서 진실이란 말조차 이젠 흙속에 묻어야 한다.

빛 바란 인내심을 키워 달려갈 수도 없다.

무너진 장막을 받치고 있는 초야에 서릿발, 아직도 옹이진 가슴, 어두운 그림자만이 못 난 마지막 길에 차가운 이슬을 뿌린다.

햇살이 삐쭉이 들이미는 문구멍 사이로 들락거리던 자아, 거친 숨통이 닫히기 전, 스러지지 않는 육체의 가시가 자존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허름한 망태기에 초침이 떨어질 때, 곰삭은 기억에선 풀썩 풀썩 매캐한 먼지가 날리고, 그 길을 넘어 어쩌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자리를 나는 펴고 있는 게다

 

201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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