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다가는 자리
장지원
바람의 길을 알 수 없어
외로운 들녘
비스듬히 누운 갈대 위로 땅거미 내릴 때
하루도 이렇게 무상한데
뼛속 깊이 파고드는 삭풍에 밤은 더 힘들겠지
알 수 없는 바람 때문에
빈 들녘을 지켜야 하는 철 지난 허수아비
시절을 비웃기라도 하듯
참새 주둥이 나불거리는 야유는 좀 그렇다
코끝에 바람만 넣어도 좋더니
삶을 긴장시키는 계절풍
심심찮게 불다 슬쩍 꼬리 감추는 날
들국화는 첫사랑의 제물이 될 테지
바람이 머물다 간 가슴은 텅 빈 들녘 같다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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