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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바람이 머물다가는 자리/시 장지원

노파 2022. 11. 29. 04:40

 

바람이 머물다가는 자리

장지원

 

 

바람의 길을 알 수 없어

외로운 들녘

비스듬히 누운 갈대 위로 땅거미 내릴 때

하루도 이렇게 무상한데

뼛속 깊이 파고드는 삭풍에 밤은 더 힘들겠지

 

알 수 없는 바람 때문에

빈 들녘을 지켜야 하는 철 지난 허수아비

시절을 비웃기라도 하듯

참새 주둥이 나불거리는 야유는 좀 그렇다

 

코끝에 바람만 넣어도 좋더니

삶을 긴장시키는 계절풍

심심찮게 불다 슬쩍 꼬리 감추는 날

들국화는 첫사랑의 제물이 될 테지

 

바람이 머물다 간 가슴은 텅 빈 들녘 같다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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