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
장지원
어느 시골 오일장
골동품 난전 가게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창과 방패가 나왔다
세월의 그림자를 드리워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이 물건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
사실일진대
녹아내리는 풀무 앞에서 연마를 거듭하는 당대의 대장장이
비장의 창칼을 의뢰하는 장군
불패의 방패를 주문하는 멍군
갈등의 능선을 타고 내려야 하는 대장간만의 비밀
전장에서 있을 피를 생각하는 장인의 담금질
완성된 병기는 모순矛盾 덩어리 그 자체
가식과 진실 사이
일상에서는 늘 갈등을 빚지만, 삶이 부추기는 현실은 늘 전쟁터
살아남기 위해선 연마해야만 하고
수많은 시간을 할애해 담금질을 해야 비로써 붙여지는 하나의 이름
유 불리를 떠나 인간에겐 모순矛盾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노트> 모순矛盾: [창矛, 방패盾]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202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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