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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초심/시 장지원

노파 2022. 5. 20. 04:40

 

초심

장지원

 

 

씨감자의 눈을 따 심었으니

지금부터 내 인내심도 시험을 당하는 시간

때를 기다려야 할 때

운명과도 같이 하늘에 맡기는 게 농심 인가보다

 

가물어 발아가 안 된다 야단들이다

파 보자니 씨감자에 대한 배신이고

더 기다리자니 깜부기 지는 게 절망이다

마음들이 쓰려도 날씨는 자신의 기후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감자 심어 놓고 주린 배 잡고 기다려야 하는 보릿고개

벼 심어놓고 굶어 죽기보다 논 판다고 될 일인가

일 년 중 유월이 구황이 심하다 할 때라지만

세월은 거칠게 먹일 때도 있고

기다려서 맞는 가을걷이가 풍요로운 때도 있다

 

인내는 잠시 잠깐을 담보하지만

기다려도 평생에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독배를 들지언정

대의를 위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터인데……

 

202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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