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장지원
씨감자의 눈을 따 심었으니
지금부터 내 인내심도 시험을 당하는 시간
때를 기다려야 할 때
운명과도 같이 하늘에 맡기는 게 농심 인가보다
가물어 발아가 안 된다 야단들이다
파 보자니 씨감자에 대한 배신이고
더 기다리자니 깜부기 지는 게 절망이다
마음들이 쓰려도 날씨는 자신의 기후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감자 심어 놓고 주린 배 잡고 기다려야 하는 보릿고개
벼 심어놓고 굶어 죽기보다 논 판다고 될 일인가
일 년 중 유월이 구황이 심하다 할 때라지만
세월은 거칠게 먹일 때도 있고
기다려서 맞는 가을걷이가 풍요로운 때도 있다
인내는 잠시 잠깐을 담보하지만
기다려도 평생에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독배를 들지언정
대의를 위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터인데……
202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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