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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모란은 이월에 피어야할까/시 장지원

노파 2020. 2. 13. 06:17


모란은 이월에 피어야할까

장지원

 

 

봄이 오는 길은

전선이 형성되어 생각보다 거칠다

한랭전선이 대열을 정비하면

온난전선은 뜨거운 기운으로 일격에 밀어 붙인다

이러기를 반복하는 동안

두 진영이 겨루는 꽃샘추위도 이념이란 색깔로 가늠이 되겠지

 

사람들은 늘 이 사이에서

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터지고

벌 나비 새 판에서 유희를 할 때까지

호구지책糊口之策에 골몰하다

봄이 오는가하면 저만치 달아나는걸 보고서야 아차 놓치기 일쑤

 

삼동을 기다린 봄도

기다리는 사람에 따라

놓친다는 게 세평이다

세상을 늘 그렇게 살다보면 죽 쒀 개 좋은 일 한다

 

변하는 시절 따라 적응도 잘 한다지만

언제나 제대로 철나려는지

왕왕대는 시절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가다듬어준다면

우리의 봄은 꼭 다시 올 터이고

이월의 모란꽃 곱게 피어오겠지

 

20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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