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은 이월에 피어야할까
장지원
봄이 오는 길은
전선이 형성되어 생각보다 거칠다
한랭전선이 대열을 정비하면
온난전선은 뜨거운 기운으로 일격에 밀어 붙인다
이러기를 반복하는 동안
두 진영이 겨루는 꽃샘추위도 이념이란 색깔로 가늠이 되겠지
사람들은 늘 이 사이에서
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터지고
벌 나비 새 판에서 유희를 할 때까지
호구지책糊口之策에 골몰하다
봄이 오는가하면 저만치 달아나는걸 보고서야 아차 놓치기 일쑤
삼동을 기다린 봄도
기다리는 사람에 따라
놓친다는 게 세평이다
세상을 늘 그렇게 살다보면 ‘죽 쒀 개 좋은 일 한다’
변하는 시절 따라 적응도 잘 한다지만
언제나 제대로 철나려는지
왕왕대는 시절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가다듬어준다면
우리의 봄은 꼭 다시 올 터이고
이월의 모란꽃 곱게 피어오겠지
20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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