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란
장지원
여상히 알을 낳더니
둥지를 꾸리는 어미
잉태의 기쁨이 남다르다
설렘의 시간이 둥지의 온도를 끓어 올려야 하는데
가슴에 품은 알들의 이름이 서서히 지워지는 시간
어미에게는 먹지 못하는 헛구역질조차
상상을 뛰어넘어 처절하기까지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싸늘하게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
비좁은 공간도 채우지 못 하는 상실감
품이 허탈하게 열린다
베일에 가렸던 출생의 비밀이 이름도 없이 미라가 되어
어미의 체온을 사정없이 끓어 내린다
더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느낌에 미련을 버려야 한다
상상 임신을 부추긴 둥지는
끝내 탈각하지 못하고 주검의 무덤이 된다
어미는 무정란이라는 걸, 알까……
상상임신, 젊은 여인의 가슴에 싸늘하게 몰아쳐 올
바람을 생각해 본다
2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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