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시詩

산촌의 겨울이야기/시 장지원

노파 2020. 1. 12. 04:57


산촌의 겨울이야기

장지원

 

 

꼭꼭 눌러 숨 죽여 놓은 날

숨구멍 열릴까

삭풍은 골골이 순찰 돌아 입을 다문 지 오래

궁노루 엉덩이 지지다보면

사립문 밖 한길 눈 빠지고

배고픈 겨울토끼 발자국 따라 삶의 길이 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집 앞에

소리 없이 쌓이는 가랑잎들

몇 날을 지났는지 허옇게 바라

혹독한 겨울이 까치발 들고 융기 한다

날 풀리면 맥없이 허물어질 길

어쩌다 독수리라도 날면

등 넘어 영감님 무사 한지 군금도 하다

날 풀리면 온 동네 기별하여

푸성귀 한 바구니 뜯어 한 쌈 할 텐데

산촌의 깊은 겨울

외로움 달래다 지치는 궁노루의 하루

 

20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