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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가을의 사치/시 장지원

노파 2017. 10. 13. 08:10

가을의 사치

장지원

 

 

깊은 사랑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내리 사랑이다

부모 마음이 그렇다

 

피 보다 진한 사랑은, 평행을 유지할 줄 알면서 가시 없는 사랑이다

친구 마음이 그렇다

 

자연 같이 순수한 사랑은, 언제 어디에서도 빛 바라지 않는 사랑이다

의인의 마음이 그렇다

 

우주 보다 더 큰 사랑이 있다

갈보리 언덕을 붉게 물들인 사랑은, 죄인의 몸값을 자신의 몸으로 대신한 사랑이다

예수의 마음이 그렇다

 

이 감동들이 한 사랑을 제압할 수 있었다면, 에로스의 사랑은 태동하지 않았을 게다

아담, 이브의 마음이 그렇다

붉게 타는 가을의 황홀한 마술도 없었을 게다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

부부가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

자신과 이웃의 존엄을 지키는 마음

한없이 모나게 진화하는 사랑의 사치 앞에서 가을을 찬양하지 마라

 

이 가을

돌려놓을 수 있는 붉은 가슴이 있다면

낙엽 떨어지는 사색의 벤치에 깊숙이 몸을 묻고

시려 오는 마음

저며 오는 가슴

오감으로 절절히 기록하는 뜨거운 양심의 발치에서

철학의 시울도 부끄럽지 않게

이 가을에 걸맞은 사랑의 사치를 털어 내면 좋을 게다

 

201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