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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어느 미친 가을 날/시 노파 장지원

노파 2017. 10. 17. 09:56

어느 미친 가을 날

老波 장지원

 

 

기민머리

사색으로 물들이다

고독의 강 시울을 촉촉이 적시던 날

 

성글어지는 나뭇가지 사이

바람의 길이 나고

비경의 단심은 천길 아래 여울을 붉게 물들인다

 

연한 바람에도 갈래머리 허옇게 흔들리는 갈대

한 잎 단풍도 감당이 안 돼 파문을 일으키는 호수

그 임계점에서 일엽단주를 띄우는데

 

심산계곡에도 낙조가 숨어들어

한 번 쯤 흔들리고 싶어 마음에 파랑을 불러오는 시간

 

가을 날

석양에 불타는 기운이

마애불 가슴에 불 지르고 도망가는 미친 가을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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