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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가을의 붉은 가락/시 장지원

노파 2017. 10. 12. 06:38

가을의 붉은 가락

장지원

 

 

야심을 타고 내리는 붉은 가락

귓밥을 건드리는 난음이 야하게도 밤을 홀랑 벗기더니

흘리는 동공에

차가운 빗방울을 흩어 뿌린다

 

흐리이 들리는 소리

소심한 가락이 어둠의 빗장을 푼다

 

단 꿈을 꾸던 영혼은 가을비 마중가고 가슴은 스멀거리며 붉게 물드는 밤

며칠이면 찬 서리 내려

미처 마무리하지도 못할 가을의 이야기가 많다

일상에서 놓쳐서 안 될 것들부터 곰곰이 갈피 하는 시간

벽시계도 사지를 가지런히 영시의 추파를 던진다

 

덤불살이처럼 얼키설키 치뜨는 가을

허튼 가사도 없어 이어지는 가락

살았다, 죽었나를 반복하다

무음으로 이어지는

나의 가을이 울긋불긋 열꽃으로 피울

이 밤 붉은 가락이여

 

2017.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