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는 노인의 절규
장지원
내 새끼 밤톨 같아 예쁜 내 강아지!
자식 자랑 이어
손주 자랑까지
입에 침 마를 새 없이
마실 다닐 때
못난 사람이라 말도 많았지
내 평생에 자랑거리라곤
이 뿐인데
나, 고슴도치라도 행복하다
내 인생의 아취라 생각 했었다
그래
자식 자랑 못지않은 게, 마누라 자랑 남편 자랑이라 했나
팔불출이 따로 없다고 뒷말도 많이 들었지
나 못나서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봤으니 세상을 제대로 알았을까
마누라 치마폭이면 좋고, 남편 허리띠 잡고 있으면 그만 인줄 알았지
명절이 다가오면 더 아픈 게
내 어찌, 시절을 잘못만나 미로 같은 쪽방으로 밀려나
꿈속에서도 천추의 한이 되어
벙어리 냉가슴도 이렇게 아프고 아린지. 입에 담아 새김질조차 힘들다
눈 감으면 금방이라도 가슴팍 파고들 손주들,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데
내 마음은 추수 끝난 빈 들 같아
낙조의 깃털 같이 가벼운 몸
가랑이 힘 풀리면 바람이 실어 가겠지
2017.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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