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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명절을 맞는 노인의 절규/시 장지원

노파 2017. 9. 29. 08:58

명절을 맞는 노인의 절규

장지원

 

 

내 새끼 밤톨 같아 예쁜 내 강아지!

자식 자랑 이어

손주 자랑까지

입에 침 마를 새 없이

마실 다닐 때

못난 사람이라 말도 많았지

내 평생에 자랑거리라곤

이 뿐인데

, 고슴도치라도 행복하다

내 인생의 아취라 생각 했었다

 

그래

자식 자랑 못지않은 게, 마누라 자랑 남편 자랑이라 했나

팔불출이 따로 없다고 뒷말도 많이 들었지

나 못나서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봤으니 세상을 제대로 알았을까

마누라 치마폭이면 좋고, 남편 허리띠 잡고 있으면 그만 인줄 알았지

 

명절이 다가오면 더 아픈 게

내 어찌, 시절을 잘못만나 미로 같은 쪽방으로 밀려나

꿈속에서도 천추의 한이 되어

벙어리 냉가슴도 이렇게 아프고 아린지. 입에 담아 새김질조차 힘들다

눈 감으면 금방이라도 가슴팍 파고들 손주들,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데

내 마음은 추수 끝난 빈 들 같아

낙조의 깃털 같이 가벼운 몸

가랑이 힘 풀리면 바람이 실어 가겠지


2017.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