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울 수 없는 가을의 비애
장지원
잠깐을 걸어도
쉬고 싶을 때
들국화 향 은은한 다원에서 여유를 즐겨 보라
몇 시간을 걸으며
사색의 늪에 빠질 때
야생화 핀 언덕에 등 대고 철학의 갈래를 생각해 보라
한나절을 걸어서
삭신이 쑤실 때
목화밭 하얀 송이위에 누워 단꿈에 빠져 보라
온종일 걸어도
마음이 흔들릴 때
코스모스 핀 길에서 살짝살짝 흔들리며 살아 보라
평생을 걸어 왔는데
삶이 공허해 몸부림 칠 때
오대산 선재길 구 킬로미터를 걸으며 지나온 길목들을 살펴보라
알알이 영그는 가을이라지만
시절을 늘릴 수 없는 현실은 더 팍팍하다
빈 들녘 허무가 삭풍을 몰아온다 해도
육체를 이탈한 허수아비의 영혼이 위로받기까지
높은 가지 끝에 마지막 한 잎 되어서 좋으리
201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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