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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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쓸쓸한 뒤안길에서/시 장지원

노파 2016. 3. 28. 06:48

쓸쓸한 뒤안길에서

장지원

 

 

한 지붕 아래서

한 솥밥 먹으면

삼대가 한 식구라는 게 가족이다

 

비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몇 시간째 기다려 주던 사람이 있어 좋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곳에 내리면

그 사람들의 냄새가 그립다

 

차가운 빗줄기만이 허물어지는 울타리의 눈물이 된지 오래다

막차 떠나고 텅 빈 정류장

가로등도 지켜주지 못하여 서늘한 가슴

누군가 버리고 간 비닐우산, 같이 바람에 나뒹구다

옛 생각에 외로움 달래는 사람

 

모든 것 다 세우기에 바쁜 시절이지만

그래도 우선시해야 할 것이 있기에, 말꼬리를 잡지 마라

한 지붕 아래

한 솥에 밥 먹자니 왁자지껄한 거

사람들 사는 맛이겠지

 

2016.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