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
장지원
지나온 세월을
헐렁한 바지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놓고
무던히도 걷는
겨울 길은 언제나 거칠고 까칠하다
숱한 삶이
회전 교차로에서 언제나 부산하다
굽은 등에서 흐르는
영혼의 느낌이
검은 눈썹을 힐끗 훔치고
정수리 하얗게 날리면
인생의 구비 고비가 덧없이 다가선다
헐렁한 종아리는
삭풍이 싫어
휠대로 휜 두 기둥 사이에서
그렁거리는 하얀 자존심도 얼굴을 바꾼다
아직 갈 길이 있어서인지
무거운 침묵으로
남은 길을 주섬주섬 챙기는 겨울 나그네
2016.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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