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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봄이 오는 소리/시 장지원

노파 2016. 2. 17. 06:49

봄이 오는 소리

장지원

 

 

겨울이

질컥거리며 떠나가는 길

눈앞에 펼쳐진

황토길 미끄덩거리고

밤마다

하얀 각 세우는 차가운 미련이기에

하룻밤도

달빛조차 어정거리다 까맣게 꼬리를 감추는 시간

연일 연민의 계절이

신발창에 덕지덕지 목매어

뒤뚱거리는 길목에서 마음마저 시큰시큰하다

무지한 지경을 넘어

남국의 여명이 밀물처럼 몰려와

아지랑이 나풀거리는 소리가 지평선 위에서 동공을 흔들 때

눈 녹아 맑은 물로 잠 깨우는 하얀 버들강아지

바람도 졸다 가는 언덕 밑엔 노란 꽃 피워 홀씨 지워 날리는 하얀 민들레

계절을 사이에 두고

우리 사이 깨어 날 수 있기에

따스한 햇살에 잉태하는 봄이 상큼하다

 

2016.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