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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내가 모르는 일상의 길/시 장지원

노파 2016. 2. 5. 06:48

내가 모르는 일상의 길

장지원

 

 

출발선에 무수한 사람들이 서있다

회색빛 길이 길게 뻗어 있다

목적지까지는 각자가 부딪치거나 만나는 것은 금기다

아이러니한 게임을 하는 게 룰이다

 

마천루 빌딩숲 사이를 달린다

미로 같은 골목을 거침없이 달린다

탁 트인 강변도 급히 홀로 달린다

누구의 도움도 사양하고 산을 오른다

이 시대의 영웅이 없다. 해도 과하지 않은 말이다

 

목표물이 없는 사냥터에서 하루의 배회는 그 삶의 사치 일뿐이다

하루해가 떨어지면 지존도 사라지고 차가운 이슬만이 지면에 자빠진다

끝없는 공상(空想)이 작은 공간을 너풀대기에 저주의 화살을 날린다

 

()이 침묵 한다

세상이 하나 둘 숨을 내린다

모두 퇴장한 길에 외등만이 밤을 지키기 위해 보초를 선다

약속이나 한 듯 밤안개가 제 멋대로 세상을 회색으로 덧칠하다 여명에 쫓겨난다

 

아침 태양은 말없이 흐르는 강물에 귀를 씻으며 하루를 교감 한다

이 둘은 굳이 할 말은 없어도, 해줄 말은 있는 것 같다

태양이 하늘에 떠 있는 한, 강물을 따라 길을 가보라 한다

 

둘이 지나는 길목은 언제나 초록빛이 살아나 생명의 활기가 넘친다

회색빛 세상은 언제나 인간의 변명이자 무덤일 뿐 서둘러 찍으라는 마침표이다

 

신중히 한 길을 선택하여 가보라

인간의 결론은 일의 성공과 실패로 가늠하는 게 아니다

그 길에서 생이 다한다 해도, 신은, 그 길을, 종주한 사람에게 유업으로 줄 것이다

그땐 누구도 넘보지 못 하는 그대만의 업이 되겠지

 

20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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