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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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말투/시 장지원

노파 2025. 3. 19. 00:03

말투

장지원

 

 

글에서조차

상대의 신체적 부자연스러움을 직설적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

자칫 상처 줄까 무척 주의를 기울이는데

누가 무슨 자격으로, 누구를 ‘야 이 병신 아’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망가진 세상이라 할지라도, 지, 기분 내키는 대로 처 지껄이면 되겠나?

 

신체가 부자연스러운 사람이 멀쩡한 상대에게 ‘야 병신아’ 하면

상대는 말문이 턱 막힐 테고

멀쩡한 사람이 부자연스러운 상대에게 ‘야 병신아’ 하면

그가 받을 상처를 헤아릴 수 있을까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말투 같지만,

아직도 이런 말투가 돌고 있다는 게 기막힌 일

 

혹자는

나쁜 생각엔 ‘덜’이란 전치사를 쓰고

좋은 생각엔 ‘더’란 전치사를 쓰면

마법과 같은 말이 되어

‘덜’ 아프다고 생각하면 ‘덜’ 아프고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더’ 행복해진단다.

 

202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