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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훌쩍 떠나는 가을날의 여행/시 장지원

노파 2024. 12. 12. 00:03

 

훌쩍 떠나는 가을날의 여행

장지원

 

 

세월에 지친 몸을 차창에 기댄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옛이야기들

아스라이 햇살 사이로

가을이 떠난 들녘

누굴 기다리는지 덜 익은 호박들

찬 서리이고 밤잠을 설친 듯

가을이 흘리고 간 뒤안길

인적이 뜸한 간이역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에도

내리는 이 하나 없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지만

반기는 사람도 없이

짧은 그림자만이

내 길동무가 되어 줘서 고맙다

이 그림자마저 내 등 뒤에 포개지는 날

그 가을은 더 쓸쓸하겠지

 

202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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