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나는 가을날의 여행
장지원
세월에 지친 몸을 차창에 기댄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옛이야기들
아스라이 햇살 사이로
가을이 떠난 들녘
누굴 기다리는지 덜 익은 호박들
찬 서리이고 밤잠을 설친 듯
가을이 흘리고 간 뒤안길
인적이 뜸한 간이역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에도
내리는 이 하나 없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지만
반기는 사람도 없이
짧은 그림자만이
내 길동무가 되어 줘서 고맙다
이 그림자마저 내 등 뒤에 포개지는 날
그 가을은 더 쓸쓸하겠지
202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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