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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슬픈 가을/시 장지원

노파 2024. 11. 25. 00:03

 

슬픈 가을

장지원

 

 

눈길이 닫기도 전 떠날 준비를 하더니

맘이 닫기도 전 떠나는 가을

그토록 길었던 날

악동들의 종아리에 알배도록 몇 날 며칠을 뛰어다녀도 여유로웠던 날

올해는 눈길마다 퍼렇게

눈 가는 곳마다 꺼멓게

회색빛 비로봉은 가을비에 젖어

땅거미처럼 내려 추락하는 가을

아닌 게 다를까?

삶의 낭만도

인생의 행운도

종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인생의 가을

언제든지 불 꺼진 간이역에 짐짝처럼 내려놓고 가겠지!

자연의 가을도 부러울 게 없으니

인생의 가을에 추락하는 날개가 있나?

어디에다 물어봐야 하나.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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