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애密愛
장지원
팔월의 날씨마저 시샘해
곳곳에 나타나는 사랑의 아픈 흔적들
뜨거움의 차이로 사랑의 척도를 가늠하기란 진실이 웃을 일
호박 넝쿨에 꽃이 다섯 개 피면 세 개는 헛꽃
두 개의 꽃 중 한 개는 꽃도 피지 못하고 떨어지고
겨우 한 개가 꽃피워 결실하는 호박꽃
누가 다섯 개의 꽃을 암꽃으로 피울 수 있을까?
그 누가 모든 꽃에 호박을 달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팔월의 날씨도 두 손 들 게다
호박은 자연에 순응할 줄 알고
시간을 가릴 줄 알고
때를 기다릴 줄 알아 진실한 사랑이 뭔지는 안다
찬 바람 부는 가을이 되면
밀애密愛를 해서라도
호박을 주렁주렁 달아 줄 게다
2024.8.16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자가를 질 수 있나?/시 장지원 (0) | 2024.09.25 |
---|---|
탯줄 같은 사랑/시 장지원 (2) | 2024.09.24 |
‘이 세상에 근심된 일이 많고…’/시 장지원 (0) | 2024.09.22 |
그 소리와 같은 음성/시 장지원 (3) | 2024.09.20 |
그날!/시 장지원 (4) | 2024.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