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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기울어진 지구/시 장지원

노파 2024. 5. 20. 04:36

 

기울어진 지구

장지원

 

 

질척이고 질퍽 이는 길

때론 먼지 나고 짜증 나는 길

살얼음 빙판길

때론 개울 돌 짝 밭길

비탈 가시밭길

때론 먼 길 돌아가는 길

끊기고 꽉 막힌 길

비 오고 덥고 바람 불어 서리 오고 눈 내리는 길

쫓아가는 듯 쫓기는 듯 숨 막히는 삶

이 모두를 품고 자전과 공전을 쉼 없이 반복해도 고장 없는 지구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해와 달이 번갈아 돌아가는 틈새

가슴에 퍼렇게 멍 자국만 남아

결국엔 땅바닥에 점 하나 품고 잠들면서……

일찍이 기울어진 지구에서

조물주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말

유효한 축복일까? 저주일까?

지구의 무한한 자전과 공전 인간의 유한한 삶 사이

불균형 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20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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