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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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폭우/시 장지원

노파 2023. 8. 31. 04:40

 

폭우

장지원

 

 

줄기차게 내리는 장맛비 속

삶의 이야기가 느닷없이 빗물에 씻겨 흘러가는 날

태산만이 가슴에 무너져

 

사람들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씩 잦아드는 산 그림자

조용히 머리를 드는 허무

 

없어서는 안 되고

넘쳐서는 더더욱 안 되는 물의 세계

인간의 삶을 역설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나

 

차 한 잔을 놓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다윗은 ‘병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예루살렘에 들어가 길러온 샘물을 마실 수 없다.’고 한

그 대목에서

현실도 기막혀 차 한 잔의 여유마저 사치일까 싶어

찻잔을 빗물에 기울여버린다

 

좋은 물, 나쁜 물이 있겠는가?

물의 진실을 아는 게 먼저일 것 같다

 

2023.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