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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잼버리, "힘들었지만 즐겁게 끝났다"-'스카우트 정신' 빛나

노파 2023. 8. 12. 13:03

 

“하입 보이(Hype boy) 너만 원해, 하입 보이 내가 전해!”

11일 오후 8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한국의 인기 걸그룹 뉴진스가 대표곡 ‘하입 보이(Hype boy)’를 부르자 각국을 상징하는 색색의 스카우트 단복 차림의 세계 잼버리 대원들이 커다란 함성을 쏟아냈다. 일부는 전곡 가사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불렀고, 국가별 자리에선 파도타기 놀이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시작한 ‘K팝 수퍼라이브 콘서트’에 참석한 대원들은 2시간여 공연 동안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잼버리 피날레’ 공연을 즐겼다. 이들을 괴롭혔던 새만금의 폭염, 모기와의 사투에 대한 기억이 이 순간만큼은 싹 씻겨내려간 듯했다.

 

뉴진스, 아이브, NCT드림, 제로베이스원 등 인기 K팝 스타 19팀이 총출동한 가운데 153국 4만3000명 대원들이 참석했다. 다른 나라보다 일찍 새만금 야영지를 떠났던 영국·미국·싱가포르 대표단의 대부분 대원도 함께 자리했다. 캐나다 스카우트 대원 줄리언(15)은 “이번 잼버리 본행사에 수차례 실망했다. 그래도 한국이 마지막까지 우릴 위해 노력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스웨덴 스카우트 대원 안드레아 지벤(17)은 “K팝을 정말 좋아한다. 일정 내내 많이 힘들었지만 마지막엔 즐거움이 남게 됐다”고 했다.

 

K팝 댄스팀 홀리뱅의 격정적인 첫 무대부터 화려한 불꽃놀이로 수놓은 NCT드림의 마지막 무대까지, 장내는 주최 측이 대원들에게 지급한 야광봉 불빛으로 가득 물들어 갔다. 공연 중 다음 순서 출연진 이름만 소개돼도 객석에선 즐거운 비명이 터졌고, 대원들은 노래 중간 벌떡 일어나 몸을 흔들며 즐거워했다. 무대 중앙 대형 전광판에 자신들 모습이 비칠 때마다 활짝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장면이 이어졌다. 걸그룹 아이브가 대표곡 ‘러브 다이브(Love Dive)’를 부를 때 우렁찬 떼창이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의 최대 과제는 ‘날씨’와 ‘이동’이었다. 전날보다 태풍 ‘카눈’의 영향력이 약해져 강풍은 거의 불지 않았지만, 오전부터 때때로 이어진 빗방울이 공연 중간중간에도 무대와 객석에 떨어졌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오전부터 기상예보관이 행사장에 상주해 기상 상황을 확인했다. 공연장 안팎에는 경찰 600명, 소방 200명, 의료진 40명 등 안전 인력이 배치됐다.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졌던 각국 잼버리 대원들을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전세 버스 1000여 대가 투입됐고, 각 버스에는 최소 1명 이상의 안전 관리 봉사자가 함께 탔다. 이 버스들이 오후 2시부터 대원들을 행사장으로 실어 날랐고, 교통 경찰 300여 명이 행사장 인근 도로를 통제했다.

 

 

행사장 안에선 4만7000여 명분의 간편식과 생수 9만여 병이 제공됐다. 이동식 화장실 30개가 추가 설치됐고, 미화 인력 200명도 투입됐다. 여기에 공연용 응원봉,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얼굴이 인쇄된 포토카드 세트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까지 주어지자 이를 풀어본 대원들의 얼굴이 함박웃음으로 물들었다.

 

공연에 앞서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이 열렸다. 폐영식에서 ‘새만금 잼버리 활동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자 대원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열악한 환경에도 텐트를 치며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영상 속 모습에 일부 대원은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일부 참가국 “한국 너무 좋다”…잼버리 끝나고도 남아 관광한다

이날 폐영식과 공연이 남긴 가장 큰 ‘유종의 미’는 시작부터 퇴장까지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킨 대원들의 스카우트 정신이었다. 4만3000명 대원들은 국가별로 시차를 두고 공연장에 입·퇴장할 때 주최 측의 “천천히(Slowly)~” 구호에 따라 질서 있게 움직였다. 공연이 끝난 후엔 각국 국기를 든 기수를 선두로 천천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광봉을 든 진행 요원과 경찰이 인파가 분산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경기장과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주변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특공대와 경찰 장갑차 등이 배치되기도 했다. 새만금에서 첫날부터 계속 대원들과 동행했다는 미국 스카우트 국제운영요원(IST) 카일란 다오(19)씨는 “이번 행사에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우리는 매 순간을 즐겼다. ‘화합(Unity)’과 ‘긍정적인 도전(Positive Challenge)’ 그게 바로 잼버리 정신”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에서 캡쳐합니다.

 

 

“혼자선 할 수 없지만 함께하면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것, 그게 스카우트 정신이에요.”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를 위해 스웨덴에서 한국을 찾은 줄리아 엘메스터(16)양은 지난 열흘가량의 잼버리 대회에서 스카우트만의 협력 정신을 느꼈다고 했다. 여덟 살부터 스카우트를 시작해 가족·친구들과 종종 하이킹을 하는 등 스카우트 활동이 익숙한 그에게도, 이번 잼버리는 남달랐다고 했다. 국적도,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스카우트 정신을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엘메스터양이 속한 스웨덴 스카우트 ‘36번 유닛(스웨덴 내 36번째 팀)’은 지난 7일 인스타그램에 한 영상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앞서 5일 영국 대표단이 새만금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하자, 이들을 추억하는 ‘장례식 퍼포먼스’를 찍어 올린 것이다. 줄리아와 유닛 대원들은 나뭇가지를 십자가 모양으로 엮은 뒤, 영국 국기와 함께 팻말을 꽂아 기념비를 만들었다. 팻말에는 “우리의 이웃 영국 대표단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이 경례를 하며 영국 국가 ‘갓 세이브 더 킹(God Save the King)’을 부른 영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들은 야영장의 슬픈 분위기를 극복하고자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당시 영국과 미국 대표단의 철수가 결정되자, 어느 국가 대원 할 것 없이 침울했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의 도미노 철수가 우려됐지만 1500명이 참가한 스웨덴 스카우트는 잔류를 선언했다. 스웨덴 스카우트는 “스웨덴 젊은이들에게 잼버리는 독특한 경험이자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경험”이라며 “참여를 중단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서 그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웨덴 스카우트 유닛 리더 알곳 아터바그(22)씨는 “철수 소식에 혼란스러웠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태도로 이겨내는 게 스카우트 정신”이라며 “일종의 ‘블랙 코미디’ 같은 영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되찾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스웨덴 스카우트 대원들은 잼버리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겨내는 과정이 뜻깊었다고 했다. 엘메스터양과 함께 영상을 만들었다는 알바 아넬(16)양은 “새만금에서 첫날에는 샤워실 환경도 열악하고 텐트 안이 덥고 습해 힘들었다”며 “하지만 다음 날부터 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같이 청소도 하고 더워하는 친구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서로 나눠주는 등 힘을 합쳤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들은 함께한 인연을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징표를 서로에게 남겼다고 한다. 엘메스터양과 아넬양은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대원들과 각자 아끼는 소지품을 교환했다고 한다. 엘메스터양은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스카프와 배지를 보여주며 “스위스 대원이 붉은색 스카프를 주고 영국 친구는 꽃 모양 배지를 줬다고 했다”고 했다.

 

스웨덴에서는 스카우트 정신을 생활 속에서 배운다고 한다. 스카우트 정신이 일종의 문화처럼 퍼져 있기 때문이다. 아넬양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代)가 스카우트 집안이다. 아넬양의 부모와 조부모도 스카우트 캠프에서 만나 결혼을 했다고 한다. 아넬양은 “또래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로 함께 야영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등 스카우트 활동을 함께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휴지 한장 안 남긴 ‘스카우트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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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태풍으로 새만금에서 철수하고, 충남 천안의 한 대학 기숙사로 숙소를 옮긴 엘메스터양은 “워터파크에 갔는데 한국인들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독특했다”고 했다. 스웨덴에서는 학교 체육 시간에 수영을 배우기 때문에 수영장에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엘메스터양은 “야영장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사소하지만 큰 차이를 경험했다”며 “함께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을 경험하며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엘메스터양은 “2주 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함께 힘을 합쳤던 우리 모두가 스카우트 정신을 실천했다”며 “무사히 잼버리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조선일보에서 캡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