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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봄비/시 장지원

노파 2023. 5. 12. 04:40

 

봄비

장지원

 

 

아련한 기억 속으로

겨울이 가고

오던 날도 분명치 않더니

지경을 보란 듯이 넓혀가는 봄

대지를 오가는 바람은 덩달아 분주 타

 

화마가 휩쓸고 간, 산간 벽촌

철 안 난 봄비라 하겠지만

검게 탄 땅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기에 이만한 게 없어

단비라, 약 비라 반갑다

 

흙먼지 나는 신작로 다져지고

연이어 피는 봄꽃을 보며

봄비에 촉촉이 젖어 드는 지성이라면

산만한 시절을 보듬어 가기에도 넉넉하리라

 

봄비 흠뻑 맞으면

팍팍한 삶도 물 덴 동산 같아지겠지

 

20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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