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장지원
한 백 년 살 것 같으면서도
하루해 떨어지면
억겁의 어둠 뒤집어쓰고
스스로 빠지는 체면
미로 같은 길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삶이 팍팍해 입에 올리는 말 같지 않은 말은
허약한 인생의 고백이겠지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신의 축복 아닐까
사람들은 하루란 시간표 앞에 잘도 순응한다
잠을 자면서 꿈을 꾸기도 하고
잠을 청해 먼 길을 떠나기도 한다
생사의 길을 갈라놓는 게 잠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 뛰어드는 무지無知의 파노라마
누구나 잠든 이후는 자신과 무관한 영역
신은 필요한 자에게 잠을 주신다
20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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