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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잠/시 장지원

노파 2023. 5. 15. 04:40

 

장지원

 

 

한 백 년 살 것 같으면서도

하루해 떨어지면

억겁의 어둠 뒤집어쓰고

스스로 빠지는 체면

미로 같은 길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삶이 팍팍해 입에 올리는 말 같지 않은 말은

허약한 인생의 고백이겠지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신의 축복 아닐까

사람들은 하루란 시간표 앞에 잘도 순응한다

 

잠을 자면서 꿈을 꾸기도 하고

잠을 청해 먼 길을 떠나기도 한다

생사의 길을 갈라놓는 게 잠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 뛰어드는 무지無知의 파노라마

 

누구나 잠든 이후는 자신과 무관한 영역

신은 필요한 자에게 잠을 주신다

 

20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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