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시詩

저 물어 가는 한해/시 장지원

노파 2022. 12. 29. 04:40

 

저 물어 가는 한해

장지원

 

 

누군가의 옛일을 추억해 본다.

가파른 산기슭, 나무 짐 지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다,

균형을 잃어

한쪽으로 쏠려 넘어가는 나뭇짐

용을 써 봐도

그것 때문에 나뭇짐과 같이 산 아래로 굴어야 하는 순간……

지금 생각해 봐도 아픈 일은 늘 진행형이라 삶에서 그림자 같이 따라다닌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나뭇짐만이겠는가

한 해가 또 저물어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헐겁게 보내야 하는 세모

옛날이나 지금이나 용을 쓰다 보면 슬쩍 지나쳐버리는 세월

 

그때는 나뭇짐과 같이 굴렀어도 철없던 시절이라 신이 봐줬겠지만

한 해가 저무는 이 시간만큼은 달라

그 무엇에 육신까지 함께 묶는다면 모진 세월이 그냥 쓸어갈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훌러덩 벗어던져

오늘 나 여기 있음은

지는 한해에 편승하지 않았음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202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