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물어 가는 한해
장지원
누군가의 옛일을 추억해 본다.
가파른 산기슭, 나무 짐 지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다,
균형을 잃어
한쪽으로 쏠려 넘어가는 나뭇짐
용을 써 봐도
그것 때문에 나뭇짐과 같이 산 아래로 굴어야 하는 순간……
지금 생각해 봐도 아픈 일은 늘 진행형이라 삶에서 그림자 같이 따라다닌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나뭇짐만이겠는가
한 해가 또 저물어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헐겁게 보내야 하는 세모
옛날이나 지금이나 용을 쓰다 보면 슬쩍 지나쳐버리는 세월
그때는 나뭇짐과 같이 굴렀어도 철없던 시절이라 신이 봐줬겠지만
한 해가 저무는 이 시간만큼은 달라
그 무엇에 육신까지 함께 묶는다면 모진 세월이 그냥 쓸어갈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훌러덩 벗어던져
오늘 나 여기 있음은
지는 한해에 편승하지 않았음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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