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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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산으로 가는 길/시 장지원

노파 2022. 12. 28. 04:40

 

산으로 가는 길

장지원

 

 

한 시간 남짓한 산책길 앞에서

불현듯 스치는 영감 따라

3시간 코스의 등산로로 길을 바꾼다.

 

지난 폭우에 허옇게 드러난 산허리

아슬아슬한 길마저 비스듬히 자빠져

산은 말없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하다

 

깊은 상처 위로 가을 낙엽 쌓일 테고

때 되면 겨울눈 내릴 테고

긴 삼동 동면을 깨고 나면

아픈 흔적 지우고 봄이 오는 길 내주겠지

 

깊은 골짜기

높은 봉우리

수려한 오솔길

무수한 산 약초들을 자라게 하는 산

일정한 거처 없이 살아가는 산짐승들에게도 삶의 터전을 내주는 속이 깊은 산

 

하루가 끝나는 검은 공지선 너머에도 이런 산 있겠지

이 한 몸 기대고 싶다

 

202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