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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새해 첫날 토끼의 기도/시 장지원

노파 2023. 1. 1. 08:46

 

새해 첫날 토끼의 기도

一松 장지원

 

 

계묘년 새해

여명이 문을 열어

하얀 대지 위로 꿈틀대는 기운이 느껴지는 아침

대망의 일출을 맞는다

 

토끼의 나이, 하고 열셋

사춘기는 지났으니 철날 나이

간절한 기도가 있을까. 우주가 주목하는 시간

작은 공간을 밝히는 등불은 여전히 따스하다.

 

우주의 막내로 태어난 지구별에서

철없이 걸어 육천 년

탕자의 그 길이 여태인데

불현듯 닥치는 순간순간들 곤하고 지친 길

토끼로 하여, 철나게 하는 새해 아침은 더 숙연하다.

 

내 부친께 돌아가는 길이 녹록지 않음은

전쟁은 그치지 않고

질병은 창궐하고

정치를 꼴 짓는 사상의 철벽은 더 높이 두르고

도덕은 땅에 떨어졌으니, 희미한 길을 가고 있다

 

뛰어도 뛰어도 하얀 눈길, 이 지점에서

토끼의 기도를 묻는다면

‘세초부터 세 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그 위에 있느니라’

이렇게 기도하리라. 하보우아살!

 

20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