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그날 밤
老波
꼬끼오 첫닭이 울면 내 속의 베드로가 제일먼저 깨어난다.
어두운 순간들이 흩어지며, 남루한 자아의 옷들이 벗겨지는 그 자리에 싸늘한 새벽 기운이 모공을 쭈뼛쭈뼛 세운다.
두 번째 닭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피할 수 없는 밤의 부르짖음이 노도와 같이 밀려온다.
내가 감당하지 못 하는 짐들 속에 말없이 밤을 지키고 계시는, 그분
뜰 안은 이성을 잃은 물결이 반석을 쪼개고 삼킨다.
마지막 닭의 울음이 여명을 부를 때, 그분의 눈에서 따뜻한 위로의 빛이 마지막 말을 대신한다.
이제는 평안히 자며 쉬어라.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떠밀어 가라고 하신다.
때를 읽지 못하는 허약한 어리석음이 누더기 같은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새벽공기를 갈라 보지만 썰물처럼 빠져 나간 후회로 자책하는 시간도 두려웠다
주인 잃은 한 마리의 양, 그 앞에 다가오는 광야는 한없이 넓기만 하다
20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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