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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핫바지/시 장지원

노파 2020. 4. 28. 05:20


핫바지

장지원

 

 

지난 해

여름바지

장롱에서 꺼내 옷걸이에 걸다

요즘 티는 놈 하나 들이고보니

이놈이 내 치부를 드러낼 줄 미처 몰랐다

해를 두고 제 멋대로 자라 굴곡진 세월

금방 지진이 지나간 것처럼

혼란스러움이 눈에 거슬린다

줄자를 꺼내 놈들의 키 재어보니

102 · 100 · 98 해를 두고 거꾸로 자라

도토리 키 재기라도 할 테면 난처할 것 뻔하다

서둘러 혼 내 잡는 일 밖에 없다

두고 보기 힘들어 수선 집으로 차출을 가는 시간

예견된 운명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지난 세월

주섬주섬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하는 말

지난 세월에 미련 두면 스타일 구긴다.’

되돌릴 수 없이 잘라버리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여울에 비치는 98의 작달막한 모습

수선 집 아저씨의 말 같이

잔물결 속에서 조금씩 흔들리며 자리 잡아가겠지

 

20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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