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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바람 맞는 날/시 장지원

노파 2020. 2. 28. 05:33


바람 맞는 날

장지원

 

 

햇살이 밝은 날 꽃잎에 편지 쓰고

장맛비 길게 오는 날 유리창에 편지 쓰고

낙엽 우수수 떨어지면 고운 잎 주워 편지 쓰고

고드름 길게 자라는 밤 달빛에 쓰는 편지

쓰기 바쁘게 실어가는 바람

돌아 올 땐 언제나 빈 손, 기다리다 바람 맞는다

계절의 징검다리 건너면서

미처 보내지 못한 편지

흘러가는 강물에 던져주면 알아서 전해 주겠지

 

기다리는 시간

강물이 스치고 지나가는 가장자리마다

파랗게 돋아나는 그리움. 기다려서는 안 될 것 같아

세월의 강에서 또 바람 맞는다

 

20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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