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맞는 날
장지원
햇살이 밝은 날 꽃잎에 편지 쓰고
장맛비 길게 오는 날 유리창에 편지 쓰고
낙엽 우수수 떨어지면 고운 잎 주워 편지 쓰고
고드름 길게 자라는 밤 달빛에 쓰는 편지
쓰기 바쁘게 실어가는 바람
돌아 올 땐 언제나 빈 손, 기다리다 바람 맞는다
계절의 징검다리 건너면서
미처 보내지 못한 편지
흘러가는 강물에 던져주면 알아서 전해 주겠지
기다리는 시간
강물이 스치고 지나가는 가장자리마다
파랗게 돋아나는 그리움. 기다려서는 안 될 것 같아
세월의 강에서 또 바람 맞는다
20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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